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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저려서 걷다 쉬다를 반복한다면, 허리디스크가 아닌 척추관 협착증 '의심' 해봐야

등록2025-08-07 조회1,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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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진

대전더젠병원 남대진 원장

횡단보도 앞 의자에 앉아 잠시 다리를 쉬는 어르신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많은 경우 단순히 피로해서 쉬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걷거나 오래 서 있기만 해도 다리가 저리고 아파서 어쩔 수 없이 멈춰서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상은 대표적인 척추 질환 중 하나인 ‘척추관협착증’의 주요 특징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속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주로 퇴행성 변화에 의해 발생하며, 나이가 들면서 디스크가 납작해지고 척추 주변의 인대와 관절이 두꺼워지면서 병이 진행된다. 이로 인해 척수신경이나 신경다발이 눌리게 되며, 다리 통증이나 저림, 무거운 느낌, 심한 경우 보행 장애로 이어진다.

증상은 서서히 나타나며 점차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증상은 ‘간헐적 파행’이다. 이는 일정 거리 이상 걷게 되면 다리에 통증이나 저림, 힘 빠짐 등이 생기며, 잠시 앉거나 허리를 숙이면 증상이 호전되어 다시 걷기를 반복하는 형태다. 이로 인해 어르신들이 걷다가 자주 쉬는 모습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허리디스크(요추 추간판탈출증)와 혼동되기 쉬운 질환이지만, 두 질환은 발병 기전과 통증 양상이 다르다. 허리디스크는 주로 젊은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며,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허리를 갑자기 굽힐 때 디스크가 탈출해 신경을 압박하면서 급성 통증이 발생한다. 증상은 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로 내려가는 방사통이 특징이며, 갑작스럽고 예리한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대개 누워서 안정을 취하면 통증이 완화되며, 증상이 비교적 빠르게 호전되기도 한다.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주로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발생하며, 만성적으로 진행된다. 허리를 숙일 때 통증이 완화되고, 뒤로 젖히면 증상이 심해지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자연스럽게 허리를 굽힌 자세로 걷거나, 쇼핑카트나 유모차를 밀 듯 걷는 경우도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척추관협착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약 185만 명으로, 2020년 대비 11.9% 증가했다. 특히 80대 이상 고령 환자의 증가 폭이 가장 컸으며, 이는 고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고령층의 치료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성별로는 여성이 전체 환자의 약 61%를 차지했으며, 남성보다 41만 명 이상 많았다.

한편, 다리 저림과 통증이 항상 척추 질환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정맥류나 말초동맥질환과 같은 혈관 질환에서도 유사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에 있는 정맥의 판막 기능 이상으로 정맥혈이 역류하면서 생기며, 오래 서 있거나 활동량이 많을 때 다리가 무겁고 붓는 느낌이 생긴다. 피부에 울퉁불퉁한 정맥이 보이기도 하지만, 초기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척추 질환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말초동맥질환은 동맥이 좁아져 다리로 가는 혈류가 줄어드는 병으로, 역시 간헐적 파행을 보인다. 하지만 척추관협착증과 달리 다리 피부가 창백하거나 차가워지고, 발등이나 발목에서 맥박이 약하게 느껴지는 등의 말초혈류 감소 징후가 동반된다.

척추관협착증, 허리디스크, 그리고 혈관 질환은 서로 다른 원인을 가지지만 증상은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증상만으로 자가진단하거나 민간요법에 의존하기보다는, 전문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감별 진단을 위해서는 MRI나 CT 같은 정밀 영상검사와 함께 혈관 초음파 등도 활용된다.

특히 고령층에서는 여러 질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다리 통증이나 보행 장애가 지속된다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기지 말고 조기에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에 나서는 것이 삶의 질을 지키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