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지 않는 허리·골반 통증, 혹시 ‘천장관절염’일까?
등록2026-06-18 조회2,471본문

대전더젠병원 남대진 원장
허리 통증이 발생하면 대부분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을 먼저 떠올린다. 실제로 두 질환은 대표적인 척추질환이지만,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거나 치료를 받아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다른 원인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천장관절염’이다.
천장관절은 엉치뼈(천추)와 골반뼈(장골)가 만나는 부위로 좌우에 하나씩 존재한다. 관절의 움직임은 크지 않지만 상체의 체중을 골반과 다리로 전달하고, 보행이나 움직임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부위에 염증이 생기거나 기능 이상이 발생하면 허리 아래쪽부터 엉덩이, 심한 경우 다리까지 통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천장관절염이라고 한다.
천장관절염의 원인은 다양하다. 다리를 꼬고 앉거나 한쪽 다리에 체중을 싣는 습관, 허리를 반복적으로 비트는 자세는 관절에 지속적인 부담을 준다. 교통사고나 운동 중 외상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분비되는 릴랙신(Relaxin) 호르몬은 골반 인대와 관절을 느슨하게 만들어 출산 후 여성의 천장관절염 발생 위험을 높인다. 또한 척추유합술을 받은 경우나 척추측만증으로 골반 불균형이 있는 경우, 강직성 척추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 역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천장관절염이 허리디스크로 오인되는 가장 큰 이유는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허리뼈 신경과 천장관절 주변 신경이 연결돼 있어 뇌가 천장관절의 통증을 허리 통증으로 인식하는 ‘연관통’이 발생한다.
그러나 두 질환에는 차이가 있다. 허리디스크는 신경 압박으로 인해 다리 저림과 방사통이 종아리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허리를 숙이거나 재채기를 할 때 통증이 심해진다. 반면 천장관절염은 저린 느낌보다는 묵직하고 둔한 통증이 주로 나타난다.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는 등 같은 자세를 유지할 때 골반과 엉덩이 주변 통증이 악화되는 것도 특징이다.
허리와 엉덩이 사이가 지속적으로 뻐근하거나 허벅지 뒤쪽까지 통증이 이어지고, 한쪽 골반이 아프거나 엉덩이 깊숙한 곳이 당기는 느낌이 반복된다면 천장관절염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진단은 신체검사와 영상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골반과 다리 움직임에 따른 통증 유발 여부를 확인하고, X-ray나 MRI 검사로 염증과 손상 정도를 파악해 다른 척추질환과 감별한다. 치료는 대부분 보존적 방법으로 시작한다.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소염진통제, 근이완제 등의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시행하며, 필요할 경우 주사치료를 통해 염증을 줄이고 통증을 완화한다. 다만 수개월간 치료에도 증상이 지속되고 골반의 불안정성이 심하거나 구조적 손상이 확인되면 천장관절나사고정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골반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걷기와 수영은 관절 부담이 적어 도움이 되지만, 골프나 테니스처럼 몸을 급격하게 회전시키는 운동은 주의해야 한다. 또한 무릎을 세우고 누운 상태에서 허리를 바닥에 밀착시키는 골반 기울이기 운동은 코어 근육 강화와 골반 안정화에 효과적이다.
허리와 골반 통증의 원인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통증이 오래 지속된다고 해서 허리디스크만을 의심하기보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천장관절염 역시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인 만큼 전문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